몸의 말들
🔖 이 책은 몸에 '대한'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. <몸의 말들>은 '몸=나'임을 잘 보여준다. 흔히 하는 '내가 내 몸에 대해 쓴다'는 말은 어불성설, 두 개의 자아가 부닥치는 정신분열이다. 사회운동에서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여전히 중요한 권리지만, 정확히 말하면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. 내가 내 몸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. 내가 사는 삶이 몸이다. 몸이 나다. 그러나 육체와 정신의 분리와 위계는 너무나 뿌리 깊어서, 이 말은 생각보다 어려운 연설이다.
🔖 내 가치를 몸의 겉겁질에 맡기는 건 단단한 반석이 아니라 흐물거리는 젤리 위에서 자기애라는 계란 한 바구니를 들고 불안정하게 서 있는 것임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.
🔖 몸은 내가 지상에서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. 어느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사적인 공간이면서 늘상 노출되어 있는 공간이다. 그렇기 때문에 몸과 몸이 만나는 일은 쉽고도 어렵다. 신뢰가 없으면 연결될 수 없다.